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멸치 육수를 내면 국물에서 비릿한 냄새가 올라와 식구들이 멸치 넣었냐고 물었다. 멸치를 적게 넣으면 밍밍하고 많이 넣으면 비려서 늘 간을 못 잡았는데, 시장 멸치 가게 아주머니가 멸치 손질과 볶는 순서를 알려 줘서 그대로 했더니 비린내 없이 깊은 국물이 나왔다.
비린내의 주범은 멸치의 내장과 머리라고 했다. 내장에는 소화 효소와 쓴맛 성분이 있어 끓이면 쓰고 비린 맛이 우러나오고, 머리도 비린내가 나는 부위라는 것이다. 그리고 멸치에 남은 수분과 기름이 오래 두면 산패해 비린내가 더 심해지니, 끓이기 전에 마른 팬에 볶아 수분과 비린 성분을 날려 보내야 한다고 했다.
먼저 국물용 멸치의 머리를 떼고 배를 갈라 까만 내장을 빼냈다. 멸치 한 줌에 5분쯤 걸렸는데, 한 번에 한 봉지를 다 손질해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해 두면 다음부터는 꺼내 쓰기만 하면 됐다. 내장을 뺀 멸치는 색이 맑았고, 손질하면서 보니 배가 터지거나 누런 멸치는 골라내는 게 좋다고 했다.
손질한 멸치를 기름 없이 달군 팬에 넣고 중약불에서 2분쯤 볶았다. 멸치가 바삭해지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올 때까지였는데, 타면 쓴맛이 나니 계속 저어 주었다. 볶은 멸치는 비린내가 거의 없어졌고, 여기에 다시마 한 조각과 찬물 1리터를 붓고 중불에 올렸다. 찬물에서부터 끓여야 멸치 맛이 서서히 우러난다고 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바로 건졌다. 오래 끓이면 끈적하고 쓴맛이 난다고 해서였다. 멸치는 끓은 뒤 10분만 더 우리고 건졌는데, 20분 넘게 끓이면 다시 비린내와 쓴맛이 나온다는 말이 맞았다. 뚜껑은 열어 두어 비린 냄새가 증기와 함께 빠져나가게 했고, 마지막에 청주 한 큰술을 넣으니 남은 비린내까지 잡혔다.
이 육수로 끓인 된장찌개와 잔치국수 국물은 식구들이 멸치 넣은 줄 모를 만큼 깔끔했다. 내장 빼기, 마른 팬에 볶기, 찬물에서 10분 세 가지가 전부였는데 그동안 비린 국물을 먹으며 멸치 탓만 했다. 손질한 멸치를 냉동해 두니 육수 내는 데 15분이면 충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