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이 되면 늘 통장이 휑했다. 큰돈을 쓴 것도 아닌데 자잘하게 새는 돈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 달엔 일주일만이라도 한 푼도 안 쓰는 무지출 챌린지를 해보기로 했다. SNS에서 다들 성공했다길래 나도 쉬울 줄 알았다.
첫날과 둘째 날은 의외로 할 만했다. 집에 있는 재료로 밥을 해 먹고, 커피는 회사 탕비실 믹스로 때웠다. 돈을 안 쓰니까 묘하게 뿌듯했다. 이대로면 일주일은 그냥 가겠다 싶었다.
셋째 날 점심에 무너졌다. 동료들이 갑자기 새로 생긴 국밥집에 가자고 했고, 나 혼자 도시락이라며 빠지기가 영 어색했다. 결국 따라가서 9천 원짜리 순대국밥을 먹었다. 맛있었지만 숟가락을 들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그날 저녁엔 좀 허무했다. 고작 국밥 한 그릇에 일주일 계획이 무너졌으니까.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애초에 한 푼도 안 쓰겠다는 목표 자체가 내 생활이랑 안 맞았던 것 같았다. 사람을 안 만나고 살 순 없으니까.
그래서 규칙을 좀 바꿨다. 약속 있는 날은 빼고, 혼자 있는 날만 무지출을 지키기로. 그렇게 하니까 한 달에 며칠은 자연스럽게 돈을 안 쓰게 됐다. 완벽한 성공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 달 말엔 통장이 덜 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