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사과보관

  • 사과가 일주일이면 푸석해지길래 한 알씩 싸서 냉장했다

    가을 사과가 맛있을 때라 한 상자를 샀는데 일주일이 지나니 껍질이 쭈글쭈글해지고 속은 푸석푸석해졌다. 상자째 베란다에 둔 게 문제인 줄 알았는데, 사과는 두는 곳보다 다른 과일과 함께 두는 게 더 문제라는 말을 듣고 보관법을 바꿨더니 한 달이 지나도 아삭했다.

    사과는 스스로 에틸렌이라는 숙성 가스를 많이 내뿜는 과일이라고 했다. 이 가스가 사과 자신도 빨리 익게 하고 옆에 둔 다른 과일과 채소까지 무르게 하는데, 상자 안에 사과가 가득 들어 있으면 서로의 가스로 더 빨리 늙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과는 수분이 빠지면 푸석해지니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두 번째였다.

    그래서 사과를 한 알씩 키친타월로 감싸 지퍼백에 서너 개씩 나눠 넣었다. 타월이 사과에서 나오는 습기를 잡아 곰팡이를 막고, 지퍼백이 수분이 날아가는 것과 에틸렌이 퍼지는 것을 함께 막아 준다고 했다. 지퍼백은 완전히 닫지 않고 손가락 하나만큼 틈을 두었는데, 꽉 닫으면 안에 가스가 차서 오히려 빨리 익는다고 해서였다.

    보관은 냉장고 채소칸이었다. 사과는 0도에서 4도 사이 서늘한 곳에서 숙성이 가장 느려지는데, 가을 베란다는 낮에 20도를 넘어 실온이나 다름없었다. 냉장고에 넣을 때 다른 과일이나 채소 옆에 두지 않고 칸을 따로 썼다. 상추나 브로콜리 옆에 사과를 두면 하루 만에 잎이 누레진다는 걸 예전에 겪어서 이번엔 신경 썼다.

    먹을 때는 냉장고에서 꺼내 30분쯤 두었다 먹었다. 너무 차가우면 단맛이 덜 느껴지고 실온에 가까워져야 향이 올라온다고 했다. 꼭지 부분이 마르거나 눌린 사과는 먼저 먹었는데, 상한 사과 하나가 옆 사과까지 빨리 익게 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덜 익은 바나나나 키위를 빨리 익히고 싶을 땐 사과 한 알을 같이 봉지에 넣었더니 이틀 만에 익었다.

    한 달 뒤 마지막 사과를 먹었는데 산 날과 같은 아삭함이었다. 사과를 상자째 두던 때는 늘 마지막 몇 알을 버렸는데, 한 알씩 싸는 10분 수고로 버리는 게 없어졌다. 에틸렌 하나 알고 나니 냉장고 안 과일 배치가 완전히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