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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컨 필터를 꺼내 물로 씻었다

    에어컨을 처음 켜는 날, 바람에서 쿰쿰한 냄새가 나길래 필터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작년 여름 쓰고 그대로 닫아 둔 터라, 안에 먼지가 한가득일 게 뻔했다.

    앞면 커버를 양옆 걸쇠를 눌러 들어 올리니 필터 두 장이 끼워져 있었다. 꺼내 보니 회색 먼지가 융단처럼 앉아 있어, 이걸 모르고 틀 뻔했다 생각하니 아찔했다.

    필터는 욕실로 가져가 샤워기로 뒤쪽에서 앞으로 물을 흘려보내며 헹궜다. 먼지가 낀 반대 방향으로 물을 쏴야 잘 빠진다고 해서 그대로 했더니, 시커먼 물이 한참 흘러나왔다.

    심하게 낀 부분은 부드러운 솔로 살살 문질렀다. 너무 세게 문지르면 망이 상한다고 해서 힘을 빼고 결을 따라 가볍게 쓸어 줬다.

    다 씻은 필터는 그늘에서 물기를 완전히 말렸다. 젖은 채로 끼우면 곰팡이가 핀다고 해서, 햇볕 대신 바람 드는 곳에 한참 세워 두었다.

    바싹 마른 필터를 다시 끼우고 에어컨을 켜니 냄새가 가시고 바람 세기도 한결 나아졌다. 매년 첫 가동 전엔 이걸 꼭 해야겠다고, 달력에 적어 두기로 했다.

  • 더워서 머리카락을 짧게 셀프 커트했다

    날이 더워지니 목덜미에 닿는 머리카락이 영 거추장스러웠다. 미용실 갈 시간을 내기도 애매해서, 큰맘 먹고 집에서 직접 머리를 잘라 보기로 했다.

    거울을 앞뒤로 놓고 가위와 빗을 챙겼다. 영상에서 본 대로 머리를 적당히 적신 뒤 한 가닥씩 빗어 내리며 끝부분만 조금씩 잘랐다. 한 번에 많이 자르면 돌이킬 수 없으니 욕심을 버렸다.

    옆머리는 그럭저럭 됐는데 뒷머리가 문제였다. 손이 잘 안 닿는 데다 거울로 보면 좌우가 헷갈려, 자르다 보니 어느 쪽이 더 긴지 가늠이 안 됐다.

    결국 뒤는 손가락으로 길이를 가늠해 가며 조심조심 다듬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더위에 들러붙던 머리가 가벼워지니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다 자르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청소기를 돌리고 머리를 감으니 목 주변이 한결 시원했다.

    전문가처럼 깔끔하진 않지만 당장 더위는 면했으니 만족스럽다. 정 어색하면 나중에 미용실에서 다듬으면 되니, 급할 땐 이렇게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 보리차를 끓여 냉장고에 채워두기 시작했다

    여름 들어 물을 자주 들이켜는데, 사 먹는 생수가 금방 동나는 게 영 아까웠다. 어릴 적 집 냉장고엔 늘 보리차가 한 주전자 들어 있었던 게 생각나서, 나도 끓여 채워두기로 했다. 마트에서 볶은 보리 한 봉지를 사 왔다.

    큰 냄비에 물을 가득 붓고 보리를 한 줌 넣어 끓였다. 처음엔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라 대충 넣었더니 색이 너무 진하게 우러났다. 다음번엔 양을 줄였더니 연한 갈색으로 딱 마시기 좋았다. 이런 건 몇 번 해봐야 감이 오는 모양이었다.

    끓일 때 집 안에 퍼지는 구수한 냄새가 좋았다. 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십 분쯤 더 뒀다가 불을 껐다. 보리를 너무 오래 두면 텁텁해진다길래, 한 김 식힌 뒤엔 체에 걸러 알갱이를 건져냈다.

    식힌 보리차는 빈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뒀다. 차게 식은 보리차를 컵에 따라 마시니 밍밍한 맹물보다 훨씬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았다. 단맛이 없는데도 자꾸 손이 갔다.

    이틀에 한 번씩 끓이는 게 습관이 됐다. 냉장고를 열면 보리차 병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괜히 든든했다. 생수를 박스로 쟁여두지 않아도 되고, 페트병 쓰레기가 확 줄어든 것도 마음에 들었다.

    별것 아닌 일인데 시원한 보리차 한 잔에 하루가 한결 산뜻해졌다. 손님이 와도 맹물 대신 내놓을 게 생겨 좋았다. 이 더위가 가시기 전까진 계속 끓여둘 생각이다.

  • 모기 때문에 결국 방충망을 직접 갈았다

    밤마다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친 지 며칠째였다. 분명 불을 끄면 어디선가 모기가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안방 방충망 한쪽 구석이 살짝 찢어져 있었다. 저 틈으로 들어오는구나 싶어 결국 직접 갈아보기로 했다.

    철물점에 가서 방충망 그물이랑 고무 패킹, 그리고 패킹을 끼우는 롤러라는 작은 도구를 샀다. 생각보다 값이 얼마 안 나가서 다행이었다. 직원분이 창틀에서 망을 통째로 떼어내 바닥에 눕히고 작업하면 편하다고 일러줬다.

    집에 와서 창틀의 방충망 프레임을 들어 올리니 의외로 쉽게 빠졌다. 기존 고무 패킹을 한쪽 끝부터 잡아 뜯으니 헌 그물이 같이 떨어져 나왔다.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어서 김에 프레임도 물걸레로 한번 닦았다.

    새 그물을 프레임보다 넉넉하게 잘라 위에 덮고, 롤러로 고무 패킹을 홈에 따라 꾹꾹 밀어 넣었다. 이게 은근히 요령이 필요했다. 한쪽을 너무 당기면 그물이 비뚤어져서, 팽팽한 정도를 봐가며 천천히 밀어 넣었다.

    네 변을 다 끼우고 삐져나온 그물은 칼로 패킹 바깥을 따라 살살 도려냈다. 처음 한 변은 어설펐는데 갈수록 손에 익었다. 완성한 망을 다시 창틀에 끼우니 찢어진 틈 없이 말끔했다.

    그날 밤은 정말 오랜만에 앵앵 소리 없이 푹 잤다. 기사를 부르면 몇만 원은 나왔을 텐데 부속값만 들여 직접 해결하니 뿌듯함이 두 배였다. 안 쓰는 방 창문도 조만간 갈아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