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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스트리밍을 끊고 CD를 꺼내 들었다

    음악은 늘 스트리밍으로 들었다. 출근길에 추천 목록 틀어두면 알아서 비슷한 곡이 이어지니까 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그냥 배경음처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책장 구석에서 옛날 CD 몇 장을 발견했다. 학생 때 용돈 모아 산 앨범들이었다. 마침 안 쓰던 미니 컴포넌트도 있길래 먼지를 닦고 CD를 넣어봤다.

    트레이가 스르륵 들어가고 첫 곡이 나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스트리밍처럼 건너뛸 수가 없으니까, 별로 안 좋아하던 트랙도 끝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들으니 그 곡이 왜 거기 있었는지 알 것 같더라.

    앨범 한 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게 이렇게 오랜만인가 싶었다. 중간에 멈추기가 애매해서 설거지하면서 한 장을 통째로 들었다. 가사집을 펴놓고 따라 읽기도 했는데,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멤버들 인사말까지 다 읽었다. 그 시절엔 이 작은 책자를 외울 만큼 봤었지. 노래보다 그 기억이 먼저 떠올라서 잠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불편한 건 분명 있다. CD를 갈아 끼워야 하고, 듣고 싶은 곡이 어느 앨범에 있는지 찾아야 하고. 검색 한 번이면 될 걸 서랍을 뒤지고 있으니 비효율의 끝이긴 했다.

    그래도 그 번거로움이 나쁘지 않았다. 노래 한 곡을 고르고 끝까지 듣는 게, 요즘 내가 음악을 대하던 방식보다 훨씬 정성스러웠다. 스트리밍을 끊진 않겠지만 CD도 가끔 꺼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