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으려고 산 상추 한 봉지가 이틀만 지나면 가장자리부터 갈색으로 물러져 절반은 버리기 일쑤였다. 봉지째 냉장고에 넣어 두는 게 보관인 줄 알았는데, 채소 가게 사장님이 상추는 물기와 눌림에 약하니 종이에 싸서 세워 두라고 알려 줘서 그대로 해 봤다.
상추가 무르는 건 잎에 남은 물기가 봉지 안에서 증발하지 못하고 고여 잎을 썩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대로 물기가 하나도 없이 마르면 시들어 버리니, 잎 표면은 마르되 주변 공기는 촉촉해야 한다는 게 요령이었다. 이 조건을 만드는 게 키친타월과 밀폐용기였다.
사 온 상추를 씻지 않고 시든 겉잎만 떼어 낸 뒤, 키친타월을 두 장 겹쳐 상추를 감쌌다. 미리 씻으면 물기 때문에 더 빨리 무른다고 해서 먹기 직전에만 씻기로 했다. 감싼 상추를 밀폐용기에 넣을 때는 잎이 눌리지 않게 세워 담았고, 뚜껑을 완전히 닫지 않고 살짝 틈을 두어 숨을 쉬게 했다. 밀폐용기가 없으면 지퍼백에 공기를 조금 남기고 닫아도 된다고 했다.
보관 위치는 냉장고 문 쪽이 아니라 채소칸이었다. 문 쪽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오르내려 잎이 빨리 상하고, 냉기가 직접 닿는 안쪽 벽에 붙이면 얼어서 흐물흐물해진다. 채소칸 가운데에 두고, 사과나 배 옆에는 두지 않았다. 과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가 잎을 누렇게 만든다는 말을 듣고 나서 그 둘을 떼어 놓은 것이다.
이렇게 두었더니 일주일이 지나도 잎이 아삭했고 가장자리 갈변도 없었다. 키친타월이 축축해지면 한 번 갈아 주었는데, 그 물기가 예전엔 봉지 안에서 상추를 썩게 하던 바로 그 물이었다. 열흘째에 마지막 잎을 먹었는데 산 날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방법은 깻잎과 시금치에도 똑같이 통했다. 예전엔 채소를 사면 사흘 안에 다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봉지를 열흘에 걸쳐 나눠 먹으니 버리는 게 없어 장보는 횟수도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