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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로 책상을 사러 갔다가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방을 바꾸면서 책상이 필요했다. 새것은 부담스러워서 중고 거래 앱을 뒤졌다. 마침 두 정거장 거리에 큰 원목 책상이 3만 원에 올라와 있었다. 사진으로 봐도 튼튼해 보여서 바로 연락했다.

    판매자는 이사를 앞둔 50대쯤 되는 분이었다. 약속한 집에 가니 책상은 사진보다 더 멀쩡했다. 다만 다리 한쪽에 자잘한 흠집이 있었는데, 그분이 먼저 “여기 애들 어릴 때 낙서한 자국”이라고 멋쩍게 설명해줬다.

    책상을 들고 나오려는데 그분이 차 한잔하고 가라고 붙잡았다.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거절하기도 뭐해서 식탁에 앉았다. 알고 보니 그 책상에서 두 아이가 다 공부를 했고, 이제 둘 다 독립해서 집을 줄여 이사 간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3만 원짜리 중고 책상이 갑자기 다르게 보였다.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긴 시간이 담긴 물건 같았다. 괜히 더 조심히 들고 나왔다.

    지금 그 책상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다리의 낙서 자국은 일부러 안 지웠다. 가끔 그 흠집을 보면, 잠깐 마주 앉아 차를 마셨던 그 집 식탁이 떠오른다. 중고 거래에서 이런 걸 얻을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