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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동실 정리하다 소분하는 습관이 생겼다

    냉동실을 오랜만에 열었더니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봉지들이 가득했다. 언제 넣었는지도 모를 것들이 서리를 뒤집어쓴 채 꽁꽁 얼어 있었다.

    날을 잡고 안에 있는 걸 싹 꺼내 봤다. 정체 모를 고기 덩어리, 반쯤 남은 떡, 이름 모를 국물까지 별별 게 다 나왔다. 바닥에 늘어놓고 보니 양이 어마어마했다.

    결국 절반은 버렸다. 아까웠지만 언제 산 건지도 모르니 먹기가 영 찝찝했다. 멀쩡한 걸 버리면서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반성했다.

    그 뒤로는 뭐든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눠 담기 시작했다. 지퍼백에 날짜와 내용물을 매직으로 적어 두니, 나중에 헷갈릴 일이 없었다.

    그랬더니 요리할 때 딱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쓰게 되어 편했다. 버리는 것도 확 줄었다. 별것 아닌 습관인데 냉동실이 깔끔해지니 문을 여는 기분부터 달라졌다.

  • 이사 전에 자취방 짐을 다 꺼내봤다

    이사 날짜가 잡히고 나서야 짐 정리를 시작했다. 4년을 산 자취방인데, 막상 다 꺼내보니 내가 이런 걸 갖고 있었나 싶은 게 한가득이었다. 침대 밑에서 나온 박스 하나는 이사 올 때 그대로 안 뜯고 4년을 묵힌 거였다.

    그 박스를 여는데 좀 웃겼다. 대학 때 쓰던 전공 책, 한 번도 안 쓴 텀블러 세 개, 어디서 받았는지 모를 머그컵들. 4년 동안 한 번도 안 찾았는데 없어서 불편했던 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사실 없어도 되는 짐을 이사비 줘가며 한 번 옮겼던 셈이다.

    옷장도 화근이었다. 안 입는 옷이 절반이 넘었다. 버릴 건 버리고, 멀쩡한 건 헌옷수거함에 넣고, 책은 중고서점에 박스째 가져갔다. 책값으로 만 얼마 받았는데, 무게로 따지면 그냥 가져가 준 게 고마운 수준이었다.

    제일 오래 잡고 있던 건 버리지도 쓰지도 못하는 물건들이었다. 첫 직장에서 받은 사원증, 옛날 친구가 준 편지, 고장 난 손목시계 같은 것들. 이런 건 결국 작은 상자 하나에 추려 담았다. 다 버리자니 마음이 그렇고, 다 두자니 짐이 되니까.

    이틀에 걸쳐 정리하고 나니 방이 휑했다. 짐을 다 빼놓고 보니 이 방이 원래 이렇게 넓었나 싶었다. 4년 동안 짐에 둘러싸여 산 거지, 방이 좁았던 게 아니었다.

    이사 가는 집은 지금보다 조금 좁다. 그래서 짐을 줄여야 했던 건데, 막상 줄이고 나니 좁은 게 문제가 아니라 짐이 많았던 게 문제였다는 걸 알았다. 새집에선 안 뜯는 박스를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글쎄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