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을 오랜만에 열었더니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봉지들이 가득했다. 언제 넣었는지도 모를 것들이 서리를 뒤집어쓴 채 꽁꽁 얼어 있었다.
날을 잡고 안에 있는 걸 싹 꺼내 봤다. 정체 모를 고기 덩어리, 반쯤 남은 떡, 이름 모를 국물까지 별별 게 다 나왔다. 바닥에 늘어놓고 보니 양이 어마어마했다.
결국 절반은 버렸다. 아까웠지만 언제 산 건지도 모르니 먹기가 영 찝찝했다. 멀쩡한 걸 버리면서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반성했다.
그 뒤로는 뭐든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눠 담기 시작했다. 지퍼백에 날짜와 내용물을 매직으로 적어 두니, 나중에 헷갈릴 일이 없었다.
그랬더니 요리할 때 딱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쓰게 되어 편했다. 버리는 것도 확 줄었다. 별것 아닌 습관인데 냉동실이 깔끔해지니 문을 여는 기분부터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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