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을 냉장고에 넣으면 오히려 하루 만에 딱딱해지는데, 이는 빵 속 전분이 0도에서 5도 사이 온도에서 가장 빨리 굳는 성질 때문이다. 밀가루 전분은 구울 때 물을 머금고 부드러워졌다가 식으면서 다시 결정을 만들며 단단해지는데, 이 노화라고 부르는 현상이 냉장 온도에서 상온보다 서너 배 빠르게 일어난다. 그래서 식빵은 이틀 안에 먹을 것은 상온에, 그 이상은 냉동에 두는 것이 맞고 냉장은 가장 나쁜 선택이다.
상온 보관은 봉지째 입구를 묶어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면 되고, 여름에는 이틀, 겨울에는 사흘 정도가 한계다. 그 뒤로는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는데 한 조각에만 곰팡이가 보여도 포자가 봉지 안 전체에 퍼져 있으니 나머지도 버려야 한다. 빵집에서 산 식빵은 방부제가 없어 시판 식빵보다 빨리 상하니 당일이나 다음 날까지 먹을 양만 두고 나머지는 바로 냉동하는 것이 좋다.
냉동은 전분 노화를 거의 멈추게 한다. 영하 18도 아래에서는 전분 결정이 만들어지지 않아 한 달 정도는 맛이 유지된다. 한 장씩 랩으로 싸거나 사이에 유산지를 끼워 지퍼백에 넣어야 붙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꺼낼 수 있다. 통째로 얼리면 꺼낼 때 부서지고 해동도 오래 걸린다. 지퍼백 공기를 최대한 빼야 냉동실 냄새가 배지 않고 표면이 하얗게 마르는 냉동상을 막을 수 있다.
냉동한 식빵은 해동하지 말고 바로 토스터에 넣는 것이 가장 맛있다. 얼린 빵은 겉이 먼저 익어 바삭해지고 속은 수분이 남아 촉촉하게 데워진다. 샌드위치용으로 부드럽게 쓰려면 실온에 20분 두거나 전자레인지에 10초씩 끊어 돌리면 되는데, 전자레인지에 오래 돌리면 수분이 빠져 다시 굳으니 짧게 한다. 이미 굳은 식빵은 물을 살짝 뿌려 토스터나 오븐에 데우면 부드러움이 어느 정도 돌아온다.
식빵은 전분 때문에 냉장고를 싫어하는 음식이다. 이틀치는 상온, 나머지는 한 장씩 냉동, 먹을 때는 얼린 채 굽기 세 가지만 지키면 빵집에서 산 그날 맛을 한 달 가까이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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