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문 쪽 칸에 소스통이 뒤죽박죽 꽂혀 있어서 늘 어수선했다. 뭐가 있는지 몰라 같은 걸 또 사 오는 일까지 생겨서, 오늘은 문 쪽 칸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우선 문 쪽에 꽂혀 있던 통과 병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꺼냈다. 케첩과 마요네즈부터 각종 장이며 드레싱까지 줄줄이 나오는데, 이렇게나 많이 쟁여 뒀나 싶어 스스로도 놀랐다.
꺼낸 것들을 하나씩 들어 유통기한부터 확인했다. 뒤쪽에서 한참 지난 것들이 여럿 나왔는데, 아깝긴 해도 이미 상했거나 기한이 훌쩍 지난 것은 미련 없이 골라 버렸다.
병 입구에 흘러 눌어붙은 소스 자국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닦았다. 굳어서 끈적해진 게 지저분해 보여서, 물티슈로 병목과 뚜껑 홈까지 하나하나 닦아 냈다.
통을 다 빼낸 빈 문 쪽 칸도 행주로 닦아 냈다. 흘러내린 소스가 말라붙어 끈적한 부분이 군데군데 있어서, 미지근한 물로 불려 가며 문질러 닦았다.
남긴 것들은 종류별로 나눠 다시 자리를 잡아 꽂았다. 자주 쓰는 케첩과 마요네즈는 손이 바로 가는 앞쪽에, 어쩌다 한 번 쓰는 것들은 안쪽으로 밀어 두었다.
키가 큰 병과 작은 병을 섞지 않고 높이를 맞춰 세운 것도 이번에 신경 쓴 부분이다. 이렇게 하니 앞의 병이 뒤의 것을 가리지 않아, 뭐가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비슷한 것끼리 모아 두니 뭐가 남았고 뭐가 떨어졌는지 바로 보였다. 그동안 있는 줄도 모르고 새로 산 게 한둘이 아니었구나 싶어 조금 민망했다.
정리를 마치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 보니, 필요한 걸 뒤적일 필요 없이 바로 집을 수 있어 개운했다. 뭘 찾느라 문을 오래 열어 두던 습관도 자연히 줄겠다 싶었다.
소스통 정리 하나로 냉장고 쓰는 게 이렇게 편해질 줄은 몰랐다. 문을 열 때마다 어수선하던 게 사라지니 괜히 기분까지 산뜻해졌다.
다음에 장을 볼 때 중복해서 살 일도 없겠다 싶어, 정리한 김에 떨어진 것만 따로 목록으로 적어 두었다. 작은 정리인데도 살림 하나를 제대로 챙긴 것 같아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