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가 눅눅해지고 벌레가 생기길래 냉동 보관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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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서 받아 온 고춧가루 한 봉지를 싱크대 아래 서랍에 두었더니 석 달 만에 눅눅하게 뭉치고 색이 거무스름해졌다. 봉지를 열자 작은 벌레가 기어 나와 그대로 버렸다. 고춧가루는 실온에 두는 게 아니라 냉동실에 두라는 말을 그때 듣고 보관법을 바꿨더니 1년이 지나도 처음 색과 향이었다.

고춧가루가 눅눅해지는 건 습기를 잘 빨아들이는 가루라 봉지 입구로 들어온 공기의 수분을 머금기 때문이고, 색이 검어지는 건 고추의 붉은 색소가 빛과 열, 산소에 산화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벌레는 고추를 말릴 때 들어 있던 알이 따뜻한 곳에서 깨어난 것이라, 영하 18도 냉동실에서는 알이 깨지 않고 산화도 거의 멈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춧가루를 사 오면 바로 소분했다. 한 달 쓸 양을 지퍼백에 담아 공기를 최대한 빼고 납작하게 눌러 닫았다. 납작하게 해야 빨리 얼고 냉동실 자리도 덜 차지한다고 했다. 나머지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 안쪽 깊은 곳에 넣었고, 자주 여닫는 문 쪽은 온도가 오르내려 피했다. 용기에 넣은 날짜를 적어 두었다.

쓸 때는 지퍼백을 꺼내 바로 숟가락으로 덜고 다시 넣었다. 냉동한 고춧가루는 얼어붙지 않고 가루 상태 그대로라 해동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꺼내 둔 채 오래 두면 겉에 습기가 맺히니 덜자마자 넣으라고 했고, 젖은 숟가락을 넣으면 그 자리가 뭉치므로 마른 숟가락을 썼다. 한 달 쓸 소분량은 냉장고에 두고 썼는데 냉장도 한 달은 괜찮았다.

고춧가루를 냉동실에 두면 다른 음식에 냄새가 밴다는 걱정이 있었는데, 지퍼백을 두 겹으로 하고 밀폐용기에 넣으니 고기나 빵에 고추 냄새가 배지 않았다. 반대로 고춧가루가 냉동실 냄새를 빨아들이는 것도 막아 주었다. 통고추나 건고추도 같은 방법으로 냉동하면 벌레 없이 오래간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1년 뒤 꺼낸 고춧가루로 김장을 했는데 색이 선명하고 매운 향이 살아 있었다. 매년 한 봉지씩 버리던 걸 생각하면 소분하는 10분이 아깝지 않았고, 고춧가루뿐 아니라 참깨와 들깨가루도 같은 이유로 냉동실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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