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이면 늘 시기만 하고 식당처럼 깊고 달큰한 맛이 안 났다. 설탕을 넣으면 달기만 해서 그것도 아니었다. 김치찌개 잘 끓이는 이모에게 물었더니 김치를 먼저 볶는 순서와 설탕 넣는 때가 다르다고 해서 그대로 해 봤더니 같은 김치로 맛이 달라졌다.
신 김치의 신맛은 젖산인데, 김치를 기름에 볶으면 신맛이 날아가고 단맛과 감칠맛이 올라온다고 했다. 처음부터 물에 넣고 끓이면 신맛이 국물에 그대로 녹아 시큼한 찌개가 되고, 설탕을 마지막에 넣으면 겉도는 단맛만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치를 볶고, 설탕은 볶는 단계에 아주 조금만 넣어 신맛을 잡는 게 순서였다.
먼저 냄비에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넣고 기름 없이 볶아 고기 기름이 나오게 했다. 고기가 하얗게 익으면 썬 김치를 넣고 중불에서 5분쯤 볶았는데, 김치 숨이 죽고 가장자리가 투명해질 때까지였다. 이때 설탕 한 꼬집과 김칫국물 반 컵을 넣고 1분 더 볶았다. 설탕은 반 작은술도 안 되는 양이었는데 신맛이 눈에 띄게 둥글어졌다.
볶은 김치에 쌀뜨물을 부었다. 맹물보다 쌀뜨물이 국물을 구수하게 하고 김치의 자극적인 맛을 눌러 준다고 했다. 쌀뜨물이 없으면 멸치 육수를 써도 된다고 했다. 센 불에서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여 뚜껑을 반쯤 덮고 20분 끓였다. 오래 끓일수록 김치가 부드러워지고 국물이 진해지는데, 15분이 안 되면 김치가 아삭해서 찌개보다 국 같았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은 끓이는 중간에 넣었고, 간은 소금 대신 새우젓이나 국간장으로 맞췄다. 두부와 대파는 마지막 5분에 넣어 모양을 살렸다. 신 김치가 너무 셀 때는 볶기 전에 김치를 물에 한 번 헹구거나 양파를 같이 볶으면 신맛이 더 줄었다. 반대로 김치가 덜 익었으면 식초를 몇 방울 넣어 맞췄다.
고기 기름에 볶기, 설탕 한 꼬집, 쌀뜨물, 20분 이 네 가지로 식당 찌개 맛이 났다. 남편이 밥을 두 공기 먹었고, 다음 날 데운 찌개는 더 맛있었다. 신 김치를 처치하려고 끓이던 찌개가 이제는 일부러 김치를 익혀 끓이는 메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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