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가 이틀이면 검어지길래 꼭지를 싸서 걸어 두었다

작성자

카테고리:

바나나 한 송이를 사면 이틀 만에 껍질에 검은 점이 번지고 나흘째면 물러져 반은 버렸다. 냉장고에 넣으면 껍질이 새까매져서 더 못 먹었다. 과일 가게 사장님이 바나나는 꼭지에서 익히는 가스가 나오니 꼭지를 싸고 걸어 두라고 알려 줘서 그대로 했더니 일주일 넘게 노란 채로 있었다.

바나나는 꼭지 부분에서 에틸렌이라는 숙성 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고 했다. 이 가스가 송이 전체를 빨리 익게 하니 꼭지를 랩으로 감싸면 가스가 덜 퍼져 익는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나나가 바닥에 닿은 면은 눌려 멍이 들고 거기서부터 무르기 시작하므로, 바닥에 놓지 말고 걸어 두라고 했다.

사 온 바나나 송이의 꼭지 부분을 랩으로 두세 겹 꼼꼼히 감쌌다. 송이째 감싸는 것보다 한 개씩 떼어 꼭지마다 따로 감싸는 게 효과가 더 크다고 해서 떼어서 쌌다. 떼어 놓으면 서로 가스를 주고받는 것도 줄어든다고 했다. 그다음 주방 선반 아래에 S자 고리를 걸고 바나나를 걸어 두었는데, 걸이가 없으면 손잡이가 있는 바구니 가장자리에 걸쳐 두어도 된다고 했다.

두는 자리는 직사광선이 안 닿고 서늘한 곳이었다. 창가나 가스레인지 옆처럼 더운 자리는 하루 만에 익어 버리고, 사과나 토마토 옆에 두면 그쪽 가스까지 받아 더 빨리 검어진다고 해서 과일 바구니와 떨어뜨렸다. 덜 익은 초록 바나나를 샀을 때는 반대로 사과 옆에 두니 이틀 만에 노래졌다.

그래도 다 못 먹을 만큼 익은 바나나는 껍질을 벗겨 한 입 크기로 잘라 지퍼백에 펼쳐 냉동했다. 얼린 바나나를 우유와 갈면 아이스크림처럼 되고, 빵 반죽에 넣으면 단맛이 진해졌다. 껍질째 냉장하면 껍질만 검어지고 속은 괜찮다는 것도 알았는데, 이미 노랗게 익은 뒤라면 냉장고에 넣어 이틀쯤 더 버틸 수 있었다.

꼭지 랩과 걸어 두기로 일주일을 넘겼고, 남는 건 얼려 쓰니 바나나를 버리는 일이 없어졌다. 송이째 바구니 바닥에 던져 두던 때와 비교하면 손 가는 건 1분인데 결과가 달랐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