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문을 열 때마다 아이스팩이 우르르 쏟아질 것 같았다. 배달 음식이며 새벽 배송을 시킬 때마다 딸려 온 걸 버리기 아까워 쟁여 둔 게 어느새 한가득이었다.
꺼내며 세어 보니 스무 개가 훌쩍 넘었다. 냉동실 한 칸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으니, 정작 얼려야 할 국거리며 얼음 넣을 자리가 없던 게 다 이것 때문이었다.
일단 전부 꺼내 식탁에 펼쳐 놓고 상태를 하나씩 살폈다. 빵빵하고 멀쩡한 것, 쭈글쭈글해진 것, 겉이 찢어져 눅눅해진 것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찢어졌거나 오래돼 보이는 것부터 골라 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스팩은 속 내용물에 따라 버리는 법이 다르다는 게 생각나서, 버리기 전에 겉면의 표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내용물이 물이라고 적힌 것은 가위로 뜯어 물을 하수구에 흘려보내고 겉비닐만 분리해서 버렸다. 얼음이 덜 녹은 것들은 개수대에 한참을 세워 두고 녹여서 마저 비웠다.
말랑한 젤 타입은 뜯어서 버리면 안 된다고 해서 통째로 종량제 봉투에 담았다.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뜯어 버릴 뻔했는데, 젤이 하수구를 막을 수 있다니 아찔했다.
상태가 좋은 것만 여섯 개를 추려 남기기로 했다. 장 볼 때 보냉 가방에 넣기 좋은 납작한 것과, 더운 날 수건에 싸서 목에 대기 좋은 크기로만 골랐다.
남긴 것들은 지퍼백에 두 개씩 나눠 담아 냉동실 문 쪽 칸에 세워서 정리했다. 눕혀서 쌓지 않고 책처럼 세워 두니 몇 개 남았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동네 주민센터에 아이스팩 수거함이 생겼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 다음에 지나는 길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모아서 가져가면 세척해서 재사용된다니 그게 제일 낫겠다 싶었다.
정리를 끝내니 냉동실 한 칸이 통째로 비었다. 그 자리에 소분해 둔 국거리와 떡을 차곡차곡 넣으니, 냉동실이 그제야 제 역할을 찾은 것 같았다.
아깝다고 무작정 쌓아 두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배웠다. 앞으로는 아이스팩이 생기면 여섯 개가 넘지 않게 그때그때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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