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실외기 주변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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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을 하루 종일 트는 날이 많아지니 이번 달 전기요금이 슬슬 겁났다. 실외기가 잘 돌아야 냉방 효율이 좋다는 말이 생각나서, 미뤄 두었던 베란다 실외기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가 보니 실외기 앞에 안 쓰는 화분이며 택배 빈 상자가 잔뜩 쌓여 있었다. 겨우내 하나둘 쌓아 둔 짐이 바람 나오는 앞을 딱 막고 있었던 것이다.

실외기는 집 안의 열을 밖으로 뱉어내는 기계라, 앞이 막히면 그 더운 바람이 갇혀 효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우선 에어컨을 끄고 팔을 걷어붙였다.

앞을 막던 상자들은 접어서 내다 버리고, 화분들은 반대편 벽 쪽으로 밀어 두었다. 실외기 앞이 뻥 뚫리니 그것만으로도 한결 시원해 보였다.

실외기 뒷면의 방열판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얇은 금속판이 촘촘하게 서 있는 곳이라 함부로 문지르면 휜다길래, 넓은 붓으로 결을 따라 살살 쓸어 먼지를 털어 냈다.

겉면과 윗면은 물기를 꼭 짠 걸레로 닦았다. 전기 기계라 물을 뿌리면 안 될 것 같아, 젖은 걸레로 조심조심 훔치기만 했는데도 걸레가 새까매졌다.

바닥에 쌓인 먼지 뭉치와 어디서 날아온 마른 나뭇잎도 쓸어 냈다. 언제 들어갔는지 모를 비닐봉지가 실외기 밑에 끼어 있어 그것도 빼냈다.

정리를 끝내고 에어컨을 다시 켜 보니 실외기 도는 소리가 한결 부드럽게 들렸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거실이 전보다 빨리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실외기에 한여름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것도 안 좋다길래 볕을 가릴 만한 게 없나 둘러봤다. 마침 안 쓰던 대나무 발이 있어 창에 드리워 실외기 쪽에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덮개를 씌우는 건 오히려 열이 갇혀서 안 된다고 해서 그만두었다. 바람길은 틔우고 그늘만 만들어 주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여름 내내 밖에서 고생하는 실외기를 이제야 챙긴 게 미안할 정도였다. 전기요금이 조금이라도 덜 나오길 바라며, 앞으로 베란다에 짐부터 쌓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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