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단호박 하나를 충동적으로 샀다. 늙은 호박보다 작고 동글동글한 게 귀여워 보였고, 쪄서 먹으면 간식으로 그만이라는 말도 들었기 때문이다. 막상 집에 와선 단단한 껍질을 어떻게 손봐야 하나 한참 들여다봤다.
통째로 찌는 게 제일 쉽다길래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다만 그냥 찌면 속까지 익는 데 오래 걸린다고 해서, 전자레인지에 통째로 이삼 분 살짝 돌려 겉을 무르게 했다. 그러고 나니 칼이 한결 수월하게 들어갔다.
반을 갈라 숟가락으로 씨와 질척한 속을 긁어냈다. 생각보다 씨가 많아서 그릇 하나를 가득 채웠다. 손질한 단호박을 다시 큼직하게 잘라 찜기에 올리고, 물이 끓기 시작한 뒤로 이십 분 정도 약불로 뒀다.
다 됐나 싶어 젓가락으로 찔러보니 쑥 들어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한 조각 집어 후후 불어 먹었는데, 설탕을 넣지도 않았는데 속살이 달았다. 포슬포슬한 식감이 군고구마랑 비슷하면서도 더 부드러웠다.
남은 건 한 김 식혀 한 끼 분량씩 나눠 냉동실에 넣어뒀다. 출출할 때 하나씩 꺼내 데워 먹으면 과자보다 든든할 것 같았다. 껍질째 먹어도 된다길래 버리는 것도 거의 없어 알뜰했다.
손질이 살짝 번거롭긴 해도 한 번 쪄두니 며칠 간식 걱정이 없어졌다. 단맛이 당길 때 과자 대신 손이 가는 게 단호박이라니, 이게 작은 변화지만 꽤 마음에 든다. 다음엔 두 개쯤 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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