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팅 팬을 버리고 스테인리스 팬으로 바꿨는데 계란 프라이를 할 때마다 바닥에 딱 붙어 뒤집개로 긁어 내야 했다. 스테인리스는 코팅이 없어 예열이 부족하면 단백질이 금속에 달라붙는다길래, 기름을 더 넣는 대신 예열 온도를 정확히 맞추는 방법을 익혔다.
스테인리스 팬에 음식이 붙는 건 팬이 덜 뜨거울 때 금속 표면의 미세한 구멍에 음식이 들어가 굳기 때문이라고 했다. 팬이 충분히 뜨거우면 금속이 팽창해 구멍이 닫히고, 그 위에 기름을 두르면 기름이 얇은 막을 만들어 음식이 미끄러진다. 문제는 그 충분히 뜨거운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눈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운 게 물방울 시험이다. 중불에서 팬을 이삼 분 예열한 뒤 물을 몇 방울 떨어뜨려 보면 상태가 보이는데, 물이 지글거리며 금방 증발하면 아직 덜 뜨거운 것이고 물방울이 작은 구슬처럼 뭉쳐 팬 위를 미끄러져 돌아다니면 알맞게 뜨거운 것이다. 뜨거운 표면 위에서 물방울 밑에 증기 층이 생겨 물이 떠서 구르는 현상이라고 했다.
구슬처럼 굴렀다면 그 물을 닦아 내고 그때 기름을 두른다. 기름이 물결처럼 흐르며 표면 전체에 얇게 퍼지면 준비가 된 것이고, 기름에서 연기가 나면 너무 뜨거운 것이라 불을 잠깐 줄인다. 이 상태에서 계란을 깨 넣으니 처음으로 계란이 붙지 않고 팬을 살짝 흔들자 그대로 미끄러졌다. 기름 양은 예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한 가지 더 알게 된 건 음식을 넣은 뒤 바로 뒤집지 않는 것이었다. 고기나 계란은 처음엔 살짝 붙어 있다가 겉이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는데, 그때를 못 기다리고 뒤집개로 억지로 떼면 찢어진다. 팬을 흔들어 음식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가 뒤집을 때였다. 차가운 재료를 바로 넣으면 팬 온도가 뚝 떨어져 다시 붙으니 계란이나 고기는 실온에 십 분쯤 두었다 넣었다.
몇 번 하니 이제 물방울 없이도 손을 팬 위에 대 보는 열기로 때를 안다. 눌어붙은 팬을 불리고 닦던 시간이 사라지고, 코팅 벗겨질 걱정 없이 쇠 뒤집개를 마음껏 쓸 수 있게 된 것이 스테인리스로 바꾼 진짜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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