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오는 날이 늘었다. 새벽 다섯 시쯤 멀뚱멀뚱 천장만 보다가, 어느 날 충동적으로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야트막한 뒷산이 있는데, 그 동네에 5년을 살면서 한 번도 안 올라가 봤다.
입구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사람이 있었다. 대부분 어르신들이었고, 다들 나보다 훨씬 빠른 걸음으로 나를 앞질러 갔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분도 있었다. 새벽 산에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은 몰랐다.
정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봉우리까지는 30분쯤 걸렸다. 중간에 숨이 차서 두어 번 멈췄다. 막상 올라가서 본 풍경은 대단할 것도 없었다. 그냥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는, 흔한 전망이었다.
그런데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는데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해가 막 떠오르는 시간이라 하늘색이 시시각각 변했다. 휴대폰을 안 보고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어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 뒤로 잠이 안 오는 날엔 그냥 산에 간다.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 번쯤. 불면증이 나은 건 아니다. 다만 뜬눈으로 누워 뒤척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새벽 공기를 마시는 게 낫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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