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 보 걷기를 시작하고 운동화가 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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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지에 ‘운동 부족’이라고 적혀 나온 걸 보고 뜨끔했다. 헬스장은 등록만 하고 안 나갈 게 뻔해서, 일단 돈 안 드는 걸로 시작하자 싶어 하루 만 보 걷기를 정했다. 폰에 만보기 앱이 이미 깔려 있길래 그냥 그걸 켰다.

첫날 퇴근하고 재보니 하루 종일 4천 보 정도밖에 안 걸었더라.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니 당연했다. 그래서 저녁 먹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해 하천 산책로까지 갔다 오니 딱 만 보가 채워졌다. 한 시간쯤 걸렸다.

처음 며칠은 솔직히 귀찮았다. 비 오는 날엔 안 나가고 싶어서 핑계를 댔고, 야근한 날은 그냥 건너뛰었다. 그래도 일주일에 닷새는 채우자고 느슨하게 잡으니까 부담이 덜했다. 매일 못 채워도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한 2주쯤 지나니까 걷는 코스가 익숙해졌다. 하천을 따라 걷다 보면 같은 시간에 나오는 사람들이 눈에 익었다. 강아지 데리고 나오는 아저씨, 빠르게 걷는 운동복 차림의 아주머니. 인사를 하진 않아도 묘하게 동네에 소속된 기분이 들었다.

한 달쯤 지나니 운동화 밑창이 한쪽이 닳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좀 뿌듯했다. 몸무게가 확 빠지거나 한 건 아닌데, 잠은 확실히 잘 잤다. 예전엔 자정 넘어 뒤척였는데, 걷고 온 날은 11시면 눈이 감겼다.

거창한 변화는 없다. 여전히 야근하면 못 걷고, 만 보를 못 채우는 날도 많다. 그래도 결과지 보고 뜨끔하던 그때보단 몸이 가볍다. 닳은 운동화를 보면서 그래도 이만큼은 걸었구나 싶어 다음 켤레는 좀 좋은 걸로 살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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