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들어 물을 자주 들이켜는데, 사 먹는 생수가 금방 동나는 게 영 아까웠다. 어릴 적 집 냉장고엔 늘 보리차가 한 주전자 들어 있었던 게 생각나서, 나도 끓여 채워두기로 했다. 마트에서 볶은 보리 한 봉지를 사 왔다.
큰 냄비에 물을 가득 붓고 보리를 한 줌 넣어 끓였다. 처음엔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라 대충 넣었더니 색이 너무 진하게 우러났다. 다음번엔 양을 줄였더니 연한 갈색으로 딱 마시기 좋았다. 이런 건 몇 번 해봐야 감이 오는 모양이었다.
끓일 때 집 안에 퍼지는 구수한 냄새가 좋았다. 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십 분쯤 더 뒀다가 불을 껐다. 보리를 너무 오래 두면 텁텁해진다길래, 한 김 식힌 뒤엔 체에 걸러 알갱이를 건져냈다.
식힌 보리차는 빈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뒀다. 차게 식은 보리차를 컵에 따라 마시니 밍밍한 맹물보다 훨씬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았다. 단맛이 없는데도 자꾸 손이 갔다.
이틀에 한 번씩 끓이는 게 습관이 됐다. 냉장고를 열면 보리차 병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괜히 든든했다. 생수를 박스로 쟁여두지 않아도 되고, 페트병 쓰레기가 확 줄어든 것도 마음에 들었다.
별것 아닌 일인데 시원한 보리차 한 잔에 하루가 한결 산뜻해졌다. 손님이 와도 맹물 대신 내놓을 게 생겨 좋았다. 이 더위가 가시기 전까진 계속 끓여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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