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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믹스커피를 끊고 드립으로 직접 내려봤다

    아침 커피는 늘 믹스였다. 뜨거운 물에 한 봉 털어 넣고 휘휘 저으면 끝이니까 편했다. 그런데 마실 때마다 너무 달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에 두세 봉씩 마시는 게 좀 많은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드립으로 직접 내려보기로 했다. 거창하게 시작하긴 부담스러워서 드리퍼랑 종이 필터, 원두 한 봉지만 샀다. 다 합쳐 이만 원 정도였다. 그라인더는 없어서 그냥 갈아둔 원두를 골랐다.

    첫 잔은 솔직히 맛이 없었다. 물을 한꺼번에 부었더니 밍밍하고 쓰기만 했다. 게다가 양 조절을 못 해서 머그컵이 넘칠 뻔했다. 찾아보니 뜸을 한 번 들이고 가운데부터 천천히 돌려가며 부어야 한다길래, 다음 날엔 그렇게 해봤다. 확실히 향이 달랐고, 마실 만한 커피가 나왔다.

    제일 좋았던 건 내리는 그 몇 분이었다. 물을 부으면 가루가 부풀어 오르는데, 그 위로 김이 오르고 향이 퍼지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침이 좀 느려졌다. 믹스 한 봉 털어 마실 땐 없던 시간이었다.

    물론 매일은 못 한다. 늦게 일어난 날은 그냥 믹스로 돌아간다. 필터 버리고 드리퍼 헹구는 게 귀찮은 날도 있고. 그래도 여유 있는 아침엔 손이 드리퍼로 간다.

    커피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단맛에 기대지 않고 쓴맛을 그냥 받아들이게 된 게, 나름의 변화라면 변화다. 설탕 없이도 마실 만하더라.

  • 집 앞 분식집 단골이 된 이야기

    이사 온 동네에 마땅히 아는 데가 없었다. 끼니는 주로 배달이나 편의점으로 때웠는데, 어느 날 골목 안쪽에 작은 분식집이 보였다. 간판도 빛바래고 테이블이 네 개뿐인 그런 집이었다.

    처음엔 그냥 김밥 한 줄 사러 들어갔다. 사천 원이었나, 받아서 나왔는데 집에서 먹어보니 속이 꽉 차고 간이 딱 맞았다. 다음 날 또 갔고, 그다음 날엔 떡볶이도 같이 시켰다.

    몇 번 가니까 사장님이 얼굴을 기억하셨다. 라면 시키면 묻지도 않고 계란을 하나 풀어주시고, 김밥엔 단무지를 더 넣어주셨다. 어느 날은 다 먹고 나가는데 사탕을 한 줌 쥐여주시기도 했다. 별거 아닌데 혼자 사는 입장에선 그게 그렇게 든든하더라.

    한 번은 비가 많이 오는 날 갔는데 손님이 나밖에 없었다. 사장님이 앉아서 드시던 식혜를 한 컵 주시면서 동네 얘기를 한참 해주셨다. 어느 세탁소가 잘하는지, 어느 마트가 싼지 같은 거. 짧은 시간에 동네에 아는 사람이 생긴 기분이었다.

    덕분에 배달 앱을 켜는 일이 확 줄었다. 걸어서 삼 분이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수수료 붙여 시킬 이유가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사람을 보고 먹는 게 더 좋았다.

    단골이라는 말이 좀 쑥스럽긴 한데, 이제 그 집이 내 동네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래오래 장사하셨으면 좋겠다고 괜히 혼자 바라게 됐다.

  • 음악 스트리밍을 끊고 CD를 꺼내 들었다

    음악은 늘 스트리밍으로 들었다. 출근길에 추천 목록 틀어두면 알아서 비슷한 곡이 이어지니까 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그냥 배경음처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책장 구석에서 옛날 CD 몇 장을 발견했다. 학생 때 용돈 모아 산 앨범들이었다. 마침 안 쓰던 미니 컴포넌트도 있길래 먼지를 닦고 CD를 넣어봤다.

    트레이가 스르륵 들어가고 첫 곡이 나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스트리밍처럼 건너뛸 수가 없으니까, 별로 안 좋아하던 트랙도 끝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들으니 그 곡이 왜 거기 있었는지 알 것 같더라.

    앨범 한 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게 이렇게 오랜만인가 싶었다. 중간에 멈추기가 애매해서 설거지하면서 한 장을 통째로 들었다. 가사집을 펴놓고 따라 읽기도 했는데,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멤버들 인사말까지 다 읽었다. 그 시절엔 이 작은 책자를 외울 만큼 봤었지. 노래보다 그 기억이 먼저 떠올라서 잠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불편한 건 분명 있다. CD를 갈아 끼워야 하고, 듣고 싶은 곡이 어느 앨범에 있는지 찾아야 하고. 검색 한 번이면 될 걸 서랍을 뒤지고 있으니 비효율의 끝이긴 했다.

    그래도 그 번거로움이 나쁘지 않았다. 노래 한 곡을 고르고 끝까지 듣는 게, 요즘 내가 음악을 대하던 방식보다 훨씬 정성스러웠다. 스트리밍을 끊진 않겠지만 CD도 가끔 꺼낼 것 같다.

  • 동네 목욕탕이 문 닫기 전에 다녀왔다

    골목 안쪽 오래된 목욕탕이 다음 달에 문을 닫는다는 종이가 붙었다.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킨 곳이었다. 어릴 때 아버지 손 잡고 다니던 기억이 나서, 사라지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겠다 싶었다.

    입욕료는 8천 원이었다. 요즘 사우나에 비하면 싼 편이었다. 안에 들어서니 타일 색이 바랜 탕과 낡은 평상, 빨간 바가지가 그대로였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풍경에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온탕에 몸을 담그니 물이 꽤 뜨거웠다. 요즘 시설처럼 미지근하게 맞춰둔 게 아니라, 옛날 그 펄펄 끓던 온도였다. 옆에 계신 어르신이 시원하지 않냐며 말을 걸어왔다. 단골인 듯했다.

    그분 말로는 주인 할머니가 연세가 많아 더는 못 하신다고 했다. 동네에 목욕탕이 이제 여기 하나 남았는데 이것마저 없어진다며 아쉬워했다. 다들 큰 찜질방으로 가버려 손님이 줄었다는 얘기였다. 예전엔 명절 전날이면 줄을 서서 들어왔다는 말에 괜히 마음이 가라앉았다.

    때를 밀고 평상에 앉아 바나나우유를 하나 마셨다. 천 원이었다. 이 조합이 뭐라고 그렇게 익숙하고 푸근한지. 김 서린 거울과 드라이기 소리, 다 옛날 그대로였다. 괜히 코끝이 시큰했다.

    나오는 길에 주인 할머니께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는 웃으며 잘 가라고 손을 흔드셨다. 8천 원으로 보낸 한 시간이었지만, 사라질 풍경을 눈에 담아둔 값으로는 너무 쌌다. 문 닫기 전에 한 번 더 갈 생각이다.

  • 안 보는 구독 서비스를 전부 해지했다

    카드값을 들여다보다 매달 빠져나가는 구독료가 한두 개가 아니란 걸 알았다. OTT 두 개, 음악 앱 하나, 클라우드 저장소, 안 쓰는 운동 앱까지. 다 합치니 한 달에 5만 원이 넘었다.

    문제는 그중 절반은 거의 안 쓴다는 거였다. OTT 하나는 두 달째 한 번도 안 켰고, 운동 앱은 가입한 것조차 잊고 있었다. 무료 체험으로 시작했다가 해지를 깜빡한 것들이 그대로 돈을 빨아먹고 있었다.

    작정하고 하나씩 들어가 해지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게 묘하게 어렵게 만들어져 있었다. 해지 메뉴가 깊숙이 숨어 있거나, 정말 떠날 거냐고 몇 번이나 붙잡았다. 한 곳은 할인 쿠폰을 줄 테니 남으라고 했다. 그 쿠폰에 잠깐 혹했다가, 결국 안 보는 건 안 보는 거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운동 앱은 앱 안에 해지 버튼이 아예 없어서, 결제했던 스토어 구독 목록에서 직접 껐다. 이런 건 정말 안 쓰는 사람이 계속 내게 하려고 일부러 숨겨둔 거구나 싶어 좀 괘씸했다. 스토어 구독 목록을 그제야 처음 열어봤는데, 잊고 있던 게 거기 다 모여 있었다.

    결국 OTT 하나랑 음악 앱만 남기고 다 정리했다. 남긴 것도 진짜 자주 보는 것만 골랐다. 정리하고 나니 매달 나가던 5만 원이 만 5천 원으로 줄었다. 1년이면 40만 원 넘게 아끼는 셈이었다.

    막상 해지하고 나서 아쉬웠던 게 거의 없다는 게 핵심이었다. 없으면 큰일 날 것 같던 서비스들이 사실은 있어도 안 쓰던 것들이었다. 앞으로 무료 체험을 시작할 땐 해지일을 달력에 먼저 적어두기로 했다.

  • 깨진 머그컵을 버리려다 붙여봤다

    아침에 설거지하다 머그컵을 떨어뜨렸다. 손잡이가 똑 부러지고 몸통에도 금이 갔다. 몇 년을 쓰던 컵이라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다. 매일 아침 커피를 담던 컵이라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버리려다 문득 금 간 그릇을 금가루로 메우는 킨츠기라는 게 떠올랐다. 진짜 옻과 금가루는 비싸길래, 흉내만 내는 셀프 키트를 만 2천 원에 샀다. 접착제에 금색 가루를 섞어 바르는 식이었다.

    부러진 손잡이를 먼저 붙였다. 접착제를 얇게 바르고 딱 맞춰 누르는데, 손이 미끄러져 두어 번 어긋났다. 잠깐 굳을 때까지 손으로 잡고 있어야 해서 팔이 다 저렸다. 5분이 어찌나 길던지. 삐져나온 접착제는 면봉으로 그때그때 닦아내야 자국이 안 남았다.

    몸통 금 사이에는 금색을 섞은 접착제를 가는 붓으로 채워 넣었다. 일부러 깔끔하게 안 닦고 금 선이 살짝 도드라지게 뒀다. 깨진 자국을 숨기는 게 아니라 드러내는 거라는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하루를 꼬박 말렸다. 다음 날 물을 담아보니 새지 않았다. 다만 뜨거운 커피를 담는 건 좀 불안해서, 이 컵은 이제 연필꽂이로 쓰기로 했다. 책상 위에 두니 금색 선이 은근히 멋스러웠다. 손님이 와서 이게 뭐냐고 물으면 깨진 컵을 고친 거라고 괜히 자랑하게 됐다.

    깨진 컵 하나 살리겠다고 하루를 쓴 셈이다. 효율로 따지면 새 컵을 사는 게 맞다. 그런데 깨진 자리를 금으로 메운 그 컵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하게 좋다. 버렸으면 영영 몰랐을 재미였다.

  • 이사 전에 자취방 짐을 다 꺼내봤다

    이사 날짜가 잡히고 나서야 짐 정리를 시작했다. 4년을 산 자취방인데, 막상 다 꺼내보니 내가 이런 걸 갖고 있었나 싶은 게 한가득이었다. 침대 밑에서 나온 박스 하나는 이사 올 때 그대로 안 뜯고 4년을 묵힌 거였다.

    그 박스를 여는데 좀 웃겼다. 대학 때 쓰던 전공 책, 한 번도 안 쓴 텀블러 세 개, 어디서 받았는지 모를 머그컵들. 4년 동안 한 번도 안 찾았는데 없어서 불편했던 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사실 없어도 되는 짐을 이사비 줘가며 한 번 옮겼던 셈이다.

    옷장도 화근이었다. 안 입는 옷이 절반이 넘었다. 버릴 건 버리고, 멀쩡한 건 헌옷수거함에 넣고, 책은 중고서점에 박스째 가져갔다. 책값으로 만 얼마 받았는데, 무게로 따지면 그냥 가져가 준 게 고마운 수준이었다.

    제일 오래 잡고 있던 건 버리지도 쓰지도 못하는 물건들이었다. 첫 직장에서 받은 사원증, 옛날 친구가 준 편지, 고장 난 손목시계 같은 것들. 이런 건 결국 작은 상자 하나에 추려 담았다. 다 버리자니 마음이 그렇고, 다 두자니 짐이 되니까.

    이틀에 걸쳐 정리하고 나니 방이 휑했다. 짐을 다 빼놓고 보니 이 방이 원래 이렇게 넓었나 싶었다. 4년 동안 짐에 둘러싸여 산 거지, 방이 좁았던 게 아니었다.

    이사 가는 집은 지금보다 조금 좁다. 그래서 짐을 줄여야 했던 건데, 막상 줄이고 나니 좁은 게 문제가 아니라 짐이 많았던 게 문제였다는 걸 알았다. 새집에선 안 뜯는 박스를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글쎄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 하루 만 보 걷기를 시작하고 운동화가 닳았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운동 부족’이라고 적혀 나온 걸 보고 뜨끔했다. 헬스장은 등록만 하고 안 나갈 게 뻔해서, 일단 돈 안 드는 걸로 시작하자 싶어 하루 만 보 걷기를 정했다. 폰에 만보기 앱이 이미 깔려 있길래 그냥 그걸 켰다.

    첫날 퇴근하고 재보니 하루 종일 4천 보 정도밖에 안 걸었더라.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니 당연했다. 그래서 저녁 먹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해 하천 산책로까지 갔다 오니 딱 만 보가 채워졌다. 한 시간쯤 걸렸다.

    처음 며칠은 솔직히 귀찮았다. 비 오는 날엔 안 나가고 싶어서 핑계를 댔고, 야근한 날은 그냥 건너뛰었다. 그래도 일주일에 닷새는 채우자고 느슨하게 잡으니까 부담이 덜했다. 매일 못 채워도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한 2주쯤 지나니까 걷는 코스가 익숙해졌다. 하천을 따라 걷다 보면 같은 시간에 나오는 사람들이 눈에 익었다. 강아지 데리고 나오는 아저씨, 빠르게 걷는 운동복 차림의 아주머니. 인사를 하진 않아도 묘하게 동네에 소속된 기분이 들었다.

    한 달쯤 지나니 운동화 밑창이 한쪽이 닳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좀 뿌듯했다. 몸무게가 확 빠지거나 한 건 아닌데, 잠은 확실히 잘 잤다. 예전엔 자정 넘어 뒤척였는데, 걷고 온 날은 11시면 눈이 감겼다.

    거창한 변화는 없다. 여전히 야근하면 못 걷고, 만 보를 못 채우는 날도 많다. 그래도 결과지 보고 뜨끔하던 그때보단 몸이 가볍다. 닳은 운동화를 보면서 그래도 이만큼은 걸었구나 싶어 다음 켤레는 좀 좋은 걸로 살까 고민 중이다.

  • 배달앱을 지우고 2주 동안 직접 해 먹었다

    배달앱 두 개를 지웠다. 거창한 결심은 아니었고, 그냥 어느 날 주문 내역을 봤다가 깜짝 놀라서였다. 지난 한 달에 배달로만 32만 원을 썼더라. 한 번 시킬 때 배달비에 최소주문금액 맞추느라 안 먹어도 될 사이드까지 담은 게 쌓인 결과였다.

    그래서 2주만 배달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첫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습관처럼 폰을 들었다가 앱이 없는 걸 보고 멈칫했다. 결국 냉장고를 열었는데 계란이랑 시들어가는 대파, 안 뜯은 햇반 몇 개가 전부였다. 그날은 계란밥에 김으로 때웠다.

    다음 날 퇴근길에 마트에 들렀다. 뭘 사야 할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평소 같으면 그냥 시켜 먹던 김치찌개를 직접 끓여보겠다고 돼지고기 한 근, 두부, 김치를 샀다. 다 합쳐서 만 원이 안 됐다. 배달로 시키면 만 오천 원은 줘야 하는 양이었다.

    요리는 서툴렀다. 김치찌개는 간이 안 맞아 짜기만 했고, 계란찜은 물 조절을 못 해서 멀게졌다. 그래도 두세 번 하니까 조금씩 나아졌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김치를 먼저 볶으니까 확실히 맛이 달랐다.

    2주 동안 한 번도 안 시킨 건 아니다. 한 번은 도저히 하기 싫어서 동네 중국집에 직접 전화해서 포장해 왔다. 그래도 배달앱 켜고 30분씩 메뉴 고르며 끌려다니던 거랑은 달랐다. 내가 먹을 걸 내가 정한다는 감각이 돌아온 느낌이었다.

    2주가 지나고 식비를 계산해보니 절반도 안 됐다. 무엇보다 냉장고에 재료가 떨어지면 장을 보고, 있는 걸로 뭘 해 먹을지 궁리하는 그 흐름이 생긴 게 컸다. 배달앱은 아직 안 깔았다. 가끔 그립긴 한데, 일단은 이대로 좀 더 가보려고 한다.

  • 중고로 책상을 사러 갔다가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방을 바꾸면서 책상이 필요했다. 새것은 부담스러워서 중고 거래 앱을 뒤졌다. 마침 두 정거장 거리에 큰 원목 책상이 3만 원에 올라와 있었다. 사진으로 봐도 튼튼해 보여서 바로 연락했다.

    판매자는 이사를 앞둔 50대쯤 되는 분이었다. 약속한 집에 가니 책상은 사진보다 더 멀쩡했다. 다만 다리 한쪽에 자잘한 흠집이 있었는데, 그분이 먼저 “여기 애들 어릴 때 낙서한 자국”이라고 멋쩍게 설명해줬다.

    책상을 들고 나오려는데 그분이 차 한잔하고 가라고 붙잡았다.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거절하기도 뭐해서 식탁에 앉았다. 알고 보니 그 책상에서 두 아이가 다 공부를 했고, 이제 둘 다 독립해서 집을 줄여 이사 간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3만 원짜리 중고 책상이 갑자기 다르게 보였다.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긴 시간이 담긴 물건 같았다. 괜히 더 조심히 들고 나왔다.

    지금 그 책상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다리의 낙서 자국은 일부러 안 지웠다. 가끔 그 흠집을 보면, 잠깐 마주 앉아 차를 마셨던 그 집 식탁이 떠오른다. 중고 거래에서 이런 걸 얻을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