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안쪽 오래된 목욕탕이 다음 달에 문을 닫는다는 종이가 붙었다.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킨 곳이었다. 어릴 때 아버지 손 잡고 다니던 기억이 나서, 사라지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겠다 싶었다.
입욕료는 8천 원이었다. 요즘 사우나에 비하면 싼 편이었다. 안에 들어서니 타일 색이 바랜 탕과 낡은 평상, 빨간 바가지가 그대로였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풍경에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온탕에 몸을 담그니 물이 꽤 뜨거웠다. 요즘 시설처럼 미지근하게 맞춰둔 게 아니라, 옛날 그 펄펄 끓던 온도였다. 옆에 계신 어르신이 시원하지 않냐며 말을 걸어왔다. 단골인 듯했다.
그분 말로는 주인 할머니가 연세가 많아 더는 못 하신다고 했다. 동네에 목욕탕이 이제 여기 하나 남았는데 이것마저 없어진다며 아쉬워했다. 다들 큰 찜질방으로 가버려 손님이 줄었다는 얘기였다. 예전엔 명절 전날이면 줄을 서서 들어왔다는 말에 괜히 마음이 가라앉았다.
때를 밀고 평상에 앉아 바나나우유를 하나 마셨다. 천 원이었다. 이 조합이 뭐라고 그렇게 익숙하고 푸근한지. 김 서린 거울과 드라이기 소리, 다 옛날 그대로였다. 괜히 코끝이 시큰했다.
나오는 길에 주인 할머니께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는 웃으며 잘 가라고 손을 흔드셨다. 8천 원으로 보낸 한 시간이었지만, 사라질 풍경을 눈에 담아둔 값으로는 너무 쌌다. 문 닫기 전에 한 번 더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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