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팅 프라이팬을 몇 달 만에 벗겨지게 만들어 버리는 일을 반복하다가, 새 팬을 사면서는 첫날부터 제대로 길들여 쓰기로 했다. 코팅팬 수명은 처음 며칠 어떻게 다루느냐가 절반이라는 말을 듣고서다.
포장을 벗긴 새 팬은 제조 과정의 기름과 먼지가 남아 있다길래 먼저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로 부드러운 스펀지로 씻었다. 그다음 물기를 완전히 닦아 내고 식용유를 키친타월에 묻혀 팬 안쪽에 얇게 골고루 발랐다. 이렇게 하면 코팅 표면의 미세한 틈이 기름으로 메워져 첫 조리에서 눌어붙는 일이 줄어든다고 한다.
기름을 바른 팬을 아주 약한 불에 올려 1분쯤 데운 뒤 불을 끄고 식혔다. 처음부터 센 불로 달구면 코팅이 급격히 늘어나 상한다길래 약불로만 했고, 식은 뒤 남은 기름을 키친타월로 닦아 냈다.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하니 표면이 매끈하게 윤이 났다.
쓰면서 지킬 원칙도 정했다. 중불 이하로만 쓰고, 빈 팬을 오래 달구지 않으며, 쇠 뒤집개 대신 나무나 실리콘 도구만 쓴다. 뜨거운 팬에 바로 찬물을 부으면 코팅이 수축해 벗겨진다길래 한 김 식힌 뒤 씻는다. 조리용 스프레이 오일은 코팅에 끈적한 막을 남겨 오히려 해롭다고 해서 일반 식용유를 소량 두른다. 소금이나 식초처럼 강한 조미료를 팬에 오래 두는 것도 코팅을 상하게 한다길래, 조리가 끝나면 바로 그릇에 옮겨 담는다.
보관도 바꿨다. 팬을 겹쳐 쌓을 때 사이에 키친타월이나 천을 끼워 다른 팬 바닥이 코팅을 긁지 않게 했고, 세척 뒤 물기를 남기지 않았다. 식기세척기는 강한 세제와 고온으로 코팅을 빨리 상하게 한다길래 손으로만 씻는다. 팬 바닥에 눌어붙은 것이 있으면 물을 부어 불린 뒤 나무주걱으로만 밀어낸다.
이렇게 쓴 팬은 반년이 지났는데도 달걀이 미끄러지듯 떨어진다. 코팅팬은 소모품이라지만 첫날 기름 길들이기와 중불·부드러운 도구 두 가지만 지켜도 수명이 몇 배로 늘어난다는 걸 몸으로 확인했다.